법조인

"좋아하는 후배이자 존경하는 젊은 법학자인 김정환 박사에게도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얘기로 것이지만 법학자들은 어떤 (사회적)변화를 얘기할 , 어떤 조항과 원칙을 불변의 기준으로 삼아 범주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탐문한다(예를 들면 어떤 법의 원칙 때문에 상식과는 달리 여기까지밖에 안된다라는)반면에 정치학자들은 기준을 바꾸면 된다고 (예를 들면 법을 만들면 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법을 하는 사람들(법학자나 사시출신)과의 대화나 논의에서 조우하는 답답함은 대단히 똑똑하고 그것보다 훨씬 뛰어난 집중력을 가진 그들의 체계적 논리가 항상 어떤 보이지 않는 틀거리 안에서만 작동한다는데서 온다. 틀거리 안에 포획되어 논의가 진행되면 상대방은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무식한 자가 되기 쉽다. 그러면 마치 신학의 논리를 아는 사람과 대적하는 초보신자와 같은 신세가 되고만다. 그러나 틀을 뛰어 넘는 대화가 진행되면 서로 다른 용어의 사용으로 인해 대화가 무의미하게 허공에서 맴돌거나 의미없이 단절되곤 한다

물론 몇몇 아주 개방적인 종사자들은 특유의 지적 호기심을 발동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아주 드물다...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판단이지만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부지간에 그런 격차가 매우 크다. 통섭의 교육이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른 교육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페이스북 친구가 된 인제대 홍재우 교수의 담벼락 글이다. 
전공자이지만 그렇다고 법 전문가는 아닌 애매한 위치, 거기다 정말 가까운 친구들이 법조계에 많이 있다는 현실 때문에 법조인에 대한 비판에 조심스러워지는것이 사실이다. 그런 입장에서도 이 글은 충분히 적정 수위의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제도나 판결이 사회 이슈가 되고 거기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될 때마다 현행법이라는 틀, 이 안에서 공부하고 생각해온 법조인들이 비전문가들이 법논리나 내부사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비판한다며 불만을 갖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느끼는 답답함에 대해 잘 풀어쓴 글이라고 본다.

몇몇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을 제외하고, 살아온 환경 기타 사회경제적 지위등이 개인의 생각을 방해하는건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을때가 많은것 같다. 뛰어남과는 거리가 먼 나도 당연히 사회현상을 접할때 이런 한계를 많이 느낀다. 극복은 고사하고 노력을 해야 간신히 '내가 이런 한계가 있구나'정도를 파악이나 하는데 그친다.  나름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다가도 유복한 가정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자의 한계를 발견하면서 부끄러워질 때도 종종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우리나라 진보세력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낸 적이 있지만, 그들의 지적이 맞다고 느낄 때는 대부분 나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이다.

그런데 법조인에게 느끼는 답답함은 단순한 '한계의 존재'에서 한발 나아가 오만의 영역에 진입한다. 꼭 출세에 집착하거나 수구적인 생각을 가진 법조인만이 아니라, 진보적인 법조인들도 이부분에서는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의미의 오만함보다는 수위가 낮을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위의 "법논리 때문에 상식과는 달리 여기까지밖에 안된다" 는 말이 가진 정도의 오만함이다. 점잖게 표현했지만 '사람들이 뭘 몰라서 하는소리다'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일상생활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문제, 예를 들어 과학자들이 따르는 연구방법론 같은거라면 '몰라서 그런다'는 말이 통하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관장하는 법률이나 당사자의 인생을 좌우하는 재판과 판결을 그런것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건 그들만의 책임이라기보단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부여한 권위에 근거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법과대학, 사법시험등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상징들의 힘이다.  대부분의 대학 인문계 대입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법학과, 그중에서도 사법시험을 패스한 사람들, '고시공부'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시무시함, 그래서 공부와 논리로는 세계 어디다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집단이라는 이미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권위를 가진 법, 이런 상징들이 법조인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일 뿐이라고 보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경원敬遠(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하고 자연히 본인들도 착각하기 쉽고. 

무리한 표적수사와 법원의 판결을 '외계인의 논리' 라며 비판하는 정치검찰의 모습, 특히 작년 오세훈 나경원으로 이뤄지는 콤비플레이가 돋보였던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의 화려한 삽질, 화제가 되고 있다는 영화 '부러진 화살' 등의 현상이 법조인에게 부여된 비정상적 권위를 낮추는 역할을 할거라 본다. 이명박이 국민에게 민주주의 교육을 시켜주고 있는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일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하는가 싶으면서도 그림자에 다치는 사람이 너무 많은것 같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by setarcos | 2012/01/22 03:11 | 트랙백 | 덧글(0)

지식인

흔히 지식인이라 불리는 특정 학문분야의 박사나 교수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이, 전문분야 이외의 부분에서는 평균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논리와 지식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게 어찌보면 당연한 얘긴데, 일반인들은 그들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대해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거라 기대를 하거나 '지식인'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근거없는 기대로 실망하지도, 내 역량에 대해 착각하지도 않도록 단속하겠다.


by setarcos | 2012/01/02 09:33 | 트랙백 | 덧글(0)

주진우..

"저는 다른 기자와 언론이 삼성에  관해 쓰지 않으니까 씁니다. 놀면서 조금만 해도 쉽게 쓸수 있습니다. 블루오션입니다." - 주진우

by setarcos | 2011/12/08 06:47 | 트랙백 | 덧글(0)

정치논리

20세기초 영국에서 9세 이하의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정책 ㅡ그것도 위험한 특정 산업에서만ㅡ 에 대한 반대논리가 자유시장경제에 어긋나는 정책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일자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고 기업이 그걸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거다.  그런 반박이 합리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던 사회에서 지금정도의 인식으로 바뀐 것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였다.  

결국 어디까지가 자유시장원리 / 경제논리인가 하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거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자유시장원리에 어긋난다거나 정치논리라서 반대한다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를 벗어나지 못한다.  

능력에 맞는 처우, Meritocracy 도 마찬가지.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이 많은 보상을 받는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정도까지 허용되느냐에 있어서의 차이일 뿐.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세계에서 제일 잘 하니 농구선수중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도 좋다는 주장은 비교적 많은 공감을 받겠지만, 그가 한쿼터 뛰는것에 대한 보상이 개도국 노동자가 죽을때까지 일해서 버는 금액보다 많아도 좋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언제나 '정도'의 문제.  더불어 '정치논리'라면 사안에 관계없이 나쁜것과 동일시하는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

by setarcos | 2011/11/15 04:32 | 트랙백 | 덧글(0)

좌파

예전부터 스스로 자유주의자에 가깝고 '진짜' 좌파나 진보가 보기엔 진보인 척 하는 사람으로 보일거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선거때마다 한나라당을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에 투표를 했기 때문에 단일화 후보가 아닌 이상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에 투표한적은 거의 없었고,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정치인으로 김대중, 노무현을 꼽으니 '오리지널 좌파' 기준에서의 좌파는 절대 아닌듯 하다.

어디서 그렇게 차이가 날까.. 라고 생각해 본적이 많다.  분명히 그들이 나보다 더 좌파고 더 진보인 것은 확실하다. 뭐, 그래서 그게 옳다는건 아니고.  그래도 얼추 겉으로만 봐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 복지확대 등에서 비슷한 것 같은데 나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과 원조진보들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사이가 좋지 않다는건 좀 부드러운 표현이고, 사실 예컨대 우리의 진짜원조진보 김규항의 가장 큰 비판대상은 민주당이나 '노빠'다. 그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데 들이는 전투력의 몇십배쯤은 거기에 집중하니까. 
 

세계관부터 시작해서 다른 점이야 많겠지만 <나꼼수 27회> 심상정의 말을 듣고 비교적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 찾은것 같다 (물론 심상정과 김규항의 스탠스가 같을리는 없다. 그쪽은 그게 누구든 단 두 사람도 묶을 수 없다).  심상정의 일상적인 말들에서는 별 이질감이 없었다.  조금만 넓게 보면 대부분 민주당 누군가가 나와도 할법한 얘기들. 그러다가 딱 한가지가 귀에 들어왔다. 

민주당까지 합한 통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통합 가능성을 부정하며 그녀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두개로 추려져 가지고 두 당이 각자 역할을 해나가자.." 는 식으로 답했다. 그래서 김어준이 "아니 그게 일반 국민들에게는세 개죠. 한나라당도 있으니까" 라고 상기를 시키니, "근데 뭐.. 거기는 빼고.." 하며 사소하다는 듯 하던 얘길 마저 했다.

바로 이지점, 이거야 말로 민주당의 누군가나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민주당과의 통합가능성을 부정하는걸 문제삼는게 아니다.  그거야 그들 판단이니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나라 정치를 얘기하면서 한나라당을 빼고 있다.  한나라당은 통합이든 개혁이든 그 어떤 정치적 행동을 얘기하건 간에 절대 빼놓으면 안되는 변수다.  이 부분을 듣는순간 '한나라당/MB 반대, 조중동, 4대강 반대는 인간의 기본. 그러니까 그걸로 대단한척 말라'는 김규항이 떠올랐다.  그에게도 한나라당은 정치적 행동에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진보쪽 인사들의 말과 글에서 꽤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이질감이다.  

이들에게는 지금 이지경에도 정당 지지도 1위를 달리는 한나라당과 현직 대통령, 그 지지자들은 보이지 않는거다. 노동자편이 아닌건 이명박이나 노무현이나, 나경원이나 박원순이나 마찬가지다.  신문시장 80%를 점유하는 조중동도 '인간의 기본'이라는 기준으로 쉽게 처리된다.  좌파운동을 한다는 사람이 민중의 반 이상을 인간취급 안하고 나머지만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긴지.  댓가를 지불하고 콘서트 장소를 빌리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멤버들이 부당한 소송을 당하는 나꼼수도 그들에게는 대중을 선동하여 인기를 얻어 한몫 보려는 주류, 그들의 '쇼'일 뿐이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따위는 당연히 천하에 몹쓸 정치인이고.  그러고 보니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을 뺀 세상에서는 상당부분 맞는 얘기다. 이제 그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진중권, 허지웅 등이 곽노현 교육감과 나꼼수 비판으로 '다구리'를 당한다고 하는데, 역시 한나라당 지지자를 빼고 한 계산이다. 전 국민을 놓고보면 이들 논리가 다수다. 노무현에 대한 진보의 날선 비판도, 스스로는 소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당시 노무현 지지율을 생각하면 진짜진보님들은 절대다수에 속해 있었다.  비판의 각도가 달랐다고 하겠지만 그거야말로 대중을 고려하지 않는 엘리트논리다.  많이 미워하다가 그들의 보호본능이 한나라당과 지지자의 존재를 기억에서 지우는 쪽을 선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앞의 진단이 맞건 틀리건 '우리편' 아니다.  물론 내 입장에서의 얘기다.  그들이 영악해서 나를 속인게 아니라 내가 멍청하고 둔해서 아군으로 착각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거다.  내가 '우리편'이듯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들 편이었고 그건 욕할 일이 아니다.  이런 말 자체로 진영논리에 빠져있다며 비난하겠지만 이제라도 확인했다. 우리편은 아니다.

 
암튼 심상정과 김규항의 현실인식에서 공통점을 봤다는거. 
여기에 허지웅, 한윤형, 진중권등을 추가해도 될것 같다는거. 
그리고 언급한 다섯이 같은 범주에 묶였다는 걸 알면 크게 분노할 거라는거 (진중권vs김규항 이야 유명하고, 저들이 서로에 대해 던지는 말들또한 볼만하다).

by setarcos | 2011/11/10 15:11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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