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스스로 자유주의자에 가깝고 '진짜' 좌파나 진보가 보기엔 진보인 척 하는 사람으로 보일거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선거때마다 한나라당을 이길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에 투표를 했기 때문에 단일화 후보가 아닌 이상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에 투표한적은 거의 없었고,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정치인으로 김대중, 노무현을 꼽으니 '오리지널 좌파' 기준에서의 좌파는 절대 아닌듯 하다.
어디서 그렇게 차이가 날까.. 라고 생각해 본적이 많다. 분명히 그들이 나보다 더 좌파고 더 진보인 것은 확실하다. 뭐, 그래서 그게 옳다는건 아니고. 그래도 얼추 겉으로만 봐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 복지확대 등에서 비슷한 것 같은데 나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과 원조진보들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사이가 좋지 않다는건 좀 부드러운 표현이고, 사실 예컨대 우리의 진짜원조진보 김규항의 가장 큰 비판대상은 민주당이나 '노빠'다. 그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데 들이는 전투력의 몇십배쯤은 거기에 집중하니까.
세계관부터 시작해서 다른 점이야 많겠지만 <나꼼수 27회> 심상정의 말을 듣고 비교적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 찾은것 같다 (물론 심상정과 김규항의 스탠스가 같을리는 없다. 그쪽은 그게 누구든 단 두 사람도 묶을 수 없다). 심상정의 일상적인 말들에서는 별 이질감이 없었다. 조금만 넓게 보면 대부분 민주당 누군가가 나와도 할법한 얘기들. 그러다가 딱 한가지가 귀에 들어왔다.
민주당까지 합한 통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통합 가능성을 부정하며 그녀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두개로 추려져 가지고 두 당이 각자 역할을 해나가자.." 는 식으로 답했다. 그래서 김어준이 "아니 그게 일반 국민들에게는세 개죠. 한나라당도 있으니까" 라고 상기를 시키니, "근데 뭐.. 거기는 빼고.." 하며 사소하다는 듯 하던 얘길 마저 했다.
바로 이지점, 이거야 말로 민주당의 누군가나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민주당과의 통합가능성을 부정하는걸 문제삼는게 아니다. 그거야 그들 판단이니 누가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나라 정치를 얘기하면서 한나라당을 빼고 있다. 한나라당은 통합이든 개혁이든 그 어떤 정치적 행동을 얘기하건 간에 절대 빼놓으면 안되는 변수다. 이 부분을 듣는순간 '한나라당/MB 반대, 조중동, 4대강 반대는 인간의 기본. 그러니까 그걸로 대단한척 말라'는 김규항이 떠올랐다. 그에게도 한나라당은 정치적 행동에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진보쪽 인사들의 말과 글에서 꽤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이질감이다.
이들에게는 지금 이지경에도 정당 지지도 1위를 달리는 한나라당과 현직 대통령, 그 지지자들은 보이지 않는거다. 노동자편이 아닌건 이명박이나 노무현이나, 나경원이나 박원순이나 마찬가지다. 신문시장 80%를 점유하는 조중동도 '인간의 기본'이라는 기준으로 쉽게 처리된다. 좌파운동을 한다는 사람이 민중의 반 이상을 인간취급 안하고 나머지만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긴지. 댓가를 지불하고 콘서트 장소를 빌리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멤버들이 부당한 소송을 당하는 나꼼수도 그들에게는 대중을 선동하여 인기를 얻어 한몫 보려는 주류, 그들의 '쇼'일 뿐이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따위는 당연히 천하에 몹쓸 정치인이고. 그러고 보니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을 뺀 세상에서는 상당부분 맞는 얘기다. 이제 그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진중권, 허지웅 등이 곽노현 교육감과 나꼼수 비판으로 '다구리'를 당한다고 하는데, 역시 한나라당 지지자를 빼고 한 계산이다. 전 국민을 놓고보면 이들 논리가 다수다. 노무현에 대한 진보의 날선 비판도, 스스로는 소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당시 노무현 지지율을 생각하면 진짜진보님들은 절대다수에 속해 있었다. 비판의 각도가 달랐다고 하겠지만 그거야말로 대중을 고려하지 않는 엘리트논리다. 많이 미워하다가 그들의 보호본능이 한나라당과 지지자의 존재를 기억에서 지우는 쪽을 선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앞의 진단이 맞건 틀리건 '우리편' 아니다. 물론 내 입장에서의 얘기다. 그들이 영악해서 나를 속인게 아니라 내가 멍청하고 둔해서 아군으로 착각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거다. 내가 '우리편'이듯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들 편이었고 그건 욕할 일이 아니다. 이런 말 자체로 진영논리에 빠져있다며 비난하겠지만 이제라도 확인했다. 우리편은 아니다.
암튼 심상정과 김규항의 현실인식에서 공통점을 봤다는거.
여기에 허지웅, 한윤형, 진중권등을 추가해도 될것 같다는거.
그리고 언급한 다섯이 같은 범주에 묶였다는 걸 알면 크게 분노할 거라는거 (진중권vs김규항 이야 유명하고, 저들이 서로에 대해 던지는 말들또한 볼만하다).